한양살이를 할 때부터 시골살이를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전주의 맛집들 중 가장 좋아하고 즐겨 찾는 곳은, 전주 남부시장의 순대국밥집인 조점례 남문 피순대입니다. 전주의 내로라하는 외식지들 가운데에서, 맛집 하면 많은 분들이 세 손가락 안에는 꼽지 않을까 싶은 정도인데요. 아침에 해장을 하기에도 좋고, 점심에 식사를 하기에도 좋고, 저녁에 술 한 잔 기울이기에도(한잔 아님 주의 말술 주의) 좋은, 적당한 가격대, 맛있고 푸짐한 음식, 소탈하고 수더분한 분위기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피순대나 내장류 음식에 대해 낯설어하시거나 거리두기를 하고 계신 분들도 무던하게 "도전" 또는 "한입만!" 외쳐보실 수 있을 정도로, 돼지 부속이나 피순대의 잡내나 누린 맛이 없고요. 그 맛이 매니악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무난하게 좋아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적이기도 합니다.
조점례 남문 피순대에서의 저와 제 부모님들의 원픽은 암뽕 순대국밥입니다. 말하자면, 특 순대국밥인 건데요. 일반 순대국밥보다 1000원 비싼 대신 암뽕을 비롯한 내장류가 더 많이 들어 있습니다. 1000원 값을 제대로 하죠.
주문을 하면 상이 차려집니다. 일단 처음에는 직원분들이 가져다주시고, 그 외에 추가하고 싶은 것은 셀프바에서 마음껏 가져다 먹으면 됩니다. 군더더기 없이 딱 필요한 것만 있는 국밥집 반찬상이죠? 조점례 남문 피순대의 명성을 생각하면 좀 아쉬운 면이 있지만, 김치와 깍두기의 맛이 기본 이상은 됩니다. 회전율이 엄청난 집이다 보니, 채소들의 상태도 싱싱하고요.
저희 부모님과 저는 부추와 땡고추를 항상 추가로 가져와서 국밥에 그득그득하게 넣어먹습니다.
특의 위엄..ㅎㅎㅎ 조점례의 시그니처인 피순대가 세 알, 그리고 곱창, 막창, 암뽕, 오소리감투 등등등 다양한 부위의 내장이 들어 있어요.
국물부터죠. 전날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국물은 생각보다 묵직하지 않고 맑은고 가벼운 편입니다. 마늘이 많이 들어가서 아주 개운하기도 하고요. 고추를 넣어선지 기본 양념장 때문인지 칼칼한데, 자극적으로 맵지 않아서, 시원하구나 하는 정도입니다. 좋아요. 전날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오돌오돌 씹는 맛의 최강자 암뽕(애기보). 암뽕은 매끈하고 오돌한 식감은 최고이나 그와 동시에 내장 냄새를 극복해야 하지만, 순대국밥에 들어있는 암뽕은 냄새가 다 빠져서 크게 무리될 게 없습니다. 그냥 식감을 즐기면 됩니다. 단, 접시로 파는 암뽕 수육은 약간 난도가 높은 편이니, 내장류에 낯가리시는 분들은 반대 성향의 돼지 내장류에 매니악한 일행이 있을 때에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누군가는 먹어야 하니까요.
선지가 듬뿍 들어간 진하고 녹진한 피순대는 꼭 드셔 보시길 권합니다. 생긴 것은 터프하고 진한 인상이지만, 질감이 부드럽고 맛이 풍성합니다. 전라도에서 순대를 드실 때에는 초장을 찍어먹는 것이 국룰이라 저도 한 번 연출을 해보았지만, 개인적으로 초장도 새우젓도 필요 없는 간이더군요. 피순대를 별도로 접시 주문해서 드실 때에는 간이 제법 셀 것이라는 것을 참고하세요. 그리고, 피순대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께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는 게, 이 집에는 당면 순대(잡채 순대)도 있습니다. 피순대와 섞어서도 주문 가능하죠. 하지만 맛은... 가성비가 그다지... ㄴㅋㅁㅌ.
저는 죽는 날까지 다이어터로 살다 가겠지만, 순댓국에 밥 말먹은 못 참지요. 속이 따끈하면서도 부드럽게 풀어지고 든든해집니다. 전날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요.
전주 남부시장에서 식사를 하실 거라면, 조점례 남문 피순대의 순대국밥 맛은 꼭 한 번 보시라고 추천드립니다. 일부러 찾아가실 것까지야... 라기에는 일부러도 한 번 가보셔도 졸을 듯합니다. 전주는 사실 먹으러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니 그야말로 목적에 충실한 행선지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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