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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꾸석 생활정보

주문진항에 가면 먹어봐야 할 별미 음식들

by 방꾸석그녀 2021.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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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혼자 또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한 해에 네다섯 번은 찾았던 주문진항. 짙푸른 바다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며, 비릿한 바닷내가 풍기는 항구 길목이며, 늘 같은 자리 같은 맛이었어서 그리웠다가 반가웠다가 했던 맛있는 음식들이며, 10년이 넘도록 제일 좋아하고 가장 많이 찾았던 곳이었는데, 작년 1월 초에 방문했던 것을 마지막으로 주문진의 주 자 근처에도 못가보고 있는 상황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가볼 날을 위해 주문진항에서 맛있게 먹었었던 주문진항 별미들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내 기억 속 주문진항 별미 음식들

 

1. 곰치국(곰치탕, 물곰탕)

 

굉장히 크고 흐물거리고 못생긴 생선이지만, 본업 존잘이 제일이라고 국물 맛을 본 후 제 인생 생선국(탕)에 등극했습니다.

맑은 탕과 김치를 넣은 얼큰한 탕 두 가지 중 선택 가능한데 개인적으로는 맑은 탕을 권하는 편입니다. 나박하게 썬 무와 생물 곰치를 넣고 심플하게 끓여낸 맑은 탕은 국물과 생선살 모두 목 넘김부터 한없이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으로 속을 편안하게 쓸어내려줘서 그야말로 죽다가 살아나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회생의 순간을 체험하게 합니다. 전날 과음을 하면 할수록 더 깊고 큰 은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술을 안 드시는 분들은 그 심심한 맛과 몹쓸 생김새, 낯선 식감을 거북해할 수도 있습니다. 

 

 

2. 장치찜

 

본명은 벌레문치라고 하는 길고 역시나 못생긴 생선으로, 약간 말린 장치를 강원도 감자와 함께 칼칼한 양념 입혀 익혀낸 찜요리가 주문진항의 손꼽히는 별미입니다.

양념의 맵고 짠 정도가 꽤 강한 편인데 또 단 맛은 거의 없이 투박하면서 굉장히 돌직구처럼 훅 들어오는 맛이어서, 한 번 입에 대면 접시를 비울 때까지 계속 먹게 되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찜만 단독으로 먹기는 양념의 세기 때문에 약간 어렵고 밥을 무조건 함께 시켜 먹어야 하는데, 밥에 찜 양념을 비벼서 무생채와 김을 곁들여 먹으면 최고의 합이 됩니다. 한낮에는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하면 더없이 좋으며, 어두운 밤에는 파도소리를 배경으로 소주 한 잔과 짝을 맞추면 또 최고의 맛이 됩니다.

 

 

3. 가리비 젓갈 + 청어알 젓갈

 

사실 가리비 젓갈과 청어알 젓갈을 처음 맛본 곳은 주문진에서 꽤 유명한 생선구이집이었습니다. 생선구이와 여러 탕 종류를 파는 곳이고 세 번 정도 방문하면서 몇 가지 음식을 먹어봤는데, 이 집은 가리비 젓갈과 청어알 젓갈 맛집이다 라고 결론을 내리고 그 후로는 그 집에서 식사는 하지 않지만 젓갈을 구매하러는 들르곤 했습니다. 살박하게 씹히는 달짝한 가리비 젓갈과 톡톡 처지는 짭조름한 청어알 젓갈을 김에 밥과 함께 돌돌 말아먹다 보면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날아갑니다. 발효를 많이 하는 젓갈이 아니라서 특유의 발효 취나 독한 기가 없는 레벨 0의 순한 맛 젓갈로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4. 백골뱅이 찜 + 전복소라회

 

백골뱅이와 전복소라는 주문진항 입구의 어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백골뱅이를 구매한 후 일정 비용을 내고 쪄달라고 할 수도 있는데, 저는 숙소에 가져가서 직접 쪄먹습니다. 냄비에 물 한 컵을 넣고 살살 헹군 백골뱅이를 쏟아 넣고 12분 정도만 끓이면 다 익습니다. 조금 식혀서 젓가락이나 포크로 돌려 빼서 맛있게 먹으면 되죠. 백골뱅이는 소라 류 중에서 유일하게 내장까지 다 먹을 수 있는 녀석인데요, 내장류가 그렇듯이 진하고 고소한 맛이 좋지만 많이 먹으면 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도 전 악착같이 다 먹긴 합니다.

전복소라는 소라의 모양새에 전복의 식감을 가진 독특한 녀석인데요, 구입하면 바로 상인분이 그 자리에서 껍질을 깨고 손질을 해주십니다. 전복같이 꼬득꼬득한 식감과 맑은 물향, 단 맛이 일품입니다. 제가 다녔을 때에는 상당히 고가여서 상인분께 다른 덤을 좀 얻곤 했습니다. 장에서는 값을 깎는 게 아니라 덤을 청하는 것이 국룰이니까요.

 

 

5. 도루묵 조림

 

나박 썰기한 무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도루묵을 빼곡히 올린 후 국물을 자작하게 잡아 순하게 끓인 찌개에 가깝게 조리한 도루묵 조림도 아주 맛있습니다. 

도루묵은 늦가을, 이른 겨울이 제철인데요, 10월이면 벌써 암 도루묵이 알이 차기 시작합니다. 이때에 가면 입안을 도르륵도르륵 굴러다니는 도루묵 알의 신기한 식감을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알피가 질긴 편이어서 씹었을 때 톡톡 터지는 식감을 기대하신다면, 터지기는 커녕 질깃하게 튀어 돌아다니는 알들로 인해  당황하실 겁니다. 암 도루묵은 알을 빼고 살은 그다지 먹을 게 없습니다. 그러니 살 맛을 보고 싶으시다면 살 오른 숫 도루묵을 선택하시는 게 더 좋습니다. 물론 보드랍고 고소한 맛의 숫 도루묵의 살과 탱탱한 암 도루묵의 알을 함께 맛볼 수 있게 반반 주문이 되는 곳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주문진에 가시면, 생선구이 골목에 가셔서, 생선구이는 절대 패스하시고 가리비회와 가리비구이를 드셔 보세요. 항구 포장마차의 운치 속에서 싱싱하고 달달한 가리비회와 불향 입은 가리비구이에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그 순간은 그대로 추억이 될 겁니다.

만약 겨울에 가시면 겨울에는 복어가 많이 잡혀서 복어회와 복어탕도 한창 맛이 좋을 때입니다. 어시장에서 깨끗하게 손질한 복어를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몇 마리 사 와서 냉동실에 널어두고 한 번씩 맑은 탕을 끓여먹곤 했었습니다.

대게, 홍게, 오징어, 문어 등도 싱싱한 녀석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찜비, 손질 비가 붙으면 조금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대게는 6월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금어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국내산 활대게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산지에서도 북한산과 러시아산 대게만 드실 수 있을 겁니다.

홍게는 7, 8월이 금어기입니다. 동해에서 나는 돌문어의 금어기는 5월 24일부터 7월 8일입니다. 

 

주문진을 추억하며 그곳에서 즐겨먹었던 먹거리들을 조금 적어봤습니다. 코로나가 빨리 정리되어서 주문진에 다시 가서 그 바다과 그 향취와 그 별미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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