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고장이라는 전라도 하고도 남원에서의 식사를 앞두고 남원 맛집을 찾아보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남원에서 살다시피 하는 저조차도 외식 한 번 할라치면 그렇게 찾아보고는 하니까요. 그렇지만 오늘 포스팅하는 남원의 싸리터 소머리곰탕은 그런 검색 루트로는 발견할 수 없는 곳입니다. 메뉴가 투박하고, 장소도 애매한, 그리고 관광객들을 타게팅하기엔 이미 남원 사람들만으로도 음식이 조기 소진되어버리는 로컬 찐 맛집이니까요.
오늘은 남원에서 방문 또는 포장 또는 배달로 먹어본 음식들 중에 제 개인적인 기준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찐 맛집이라고 생각하는 싸리터 소머리곰탕의 소머리국밥을 포스팅할 겁니다. 구수한 국물에 쫀득하고 고소한 머리 고기가 가득 들어있는, 맛도 풍성하고 양도 푸짐한 이 한 그릇을 제가 정말 좋아해서 말이에요.
이 집은 메뉴가 소머리국밥과 소머리수육뿐이라서, 간단하게 셋이요 하면 5분 만에 소머리국밥 뚝배기 셋이 차려집니다.
제법 큰 뚝배기에 푸짐하게 담겨 나오는 탕에서 뜨끈한 기운과 함께 구수한 국물의 냄새가 진하게 올라와요.
국밥집 상차림은 늘 그렇듯? 생부추, 겉절이, 깍두기, 고추 & 된장이죠. 저 겉절이와 깍두기가 꽤 맛있어요. 겉절이는 양념이 좀 세고 강한 맛이지만 진한 소머리국밥의 국물과 아주 합이 잘 맞아요. 얄팍해서 씹기 좋은 달짝 시원한 깍두기도 좋고요. 그리고 고추를 청양고추와 오이 고추 두 가지로 내주시는 센스에 감사.
부추를 먼저 투하합니다. 소머리를 고은 국물이라 약간 특유의 고릿한 풍미가 있는데, 부추의 풋풋하고 청량한 향미가 그걸 샥 잡아줍니다. 매일 준비한 것만 팔고 일찍 문을 닫는 집이라서(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코로나 이후로 영업시간 지침이 바뀌었더라고요) 생부추가 정말 싱싱하죠? 부추 포함 모든 반찬 리필 가능합니다.
부추와 국밥을 잘 섞어준 후 숟가락으로 국물을 먼저 떠올리는데, 벌써부터 농도감이 느껴집니다. 진하고 뭉근해요.
이전에 싸리터의 소머리곰탕 국물을 처음 맛봤을 때에는 약간 더 꼬릿한 그래서 먹고 돌아서면 생각나는 조금 하드한 느낌이었는데요. 지금은 누구나 편하게 한 그릇 완뚝할 수 있는 순한 맛 버전이 되었거든요. 그래도 중량감이 있어요.
밥 말기 전에 일단 고기부터 건져먹습니다. 머리 고기 양 정말 많죠? 양도 양이지만, 머리 고기의 부위들이 다양하고 썰음 새도 두툼 터프해서, 푸짐하고 다채롭게 수육의 느낌으로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습니다.
쫀득한 콜라겐, 부드러운 지방, 쫄깃한 속살들을 살살 휘젓다가, 한두 점씩 골라 그 질감과 맛을 음미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어 쌉싸름한 이슬이로 입안을 한 번 씻어준 다음, 끈적하고 달보드레한 국물 세 숟갈쯤을 연달아 호록 호록 호록 마셔주면, 끝~.. 일리 가요, 또다시 이슬이가 차오르는 청량한 소리를 들으며 다음 한 점을 고르는 자신을 발견하며... 무한 루트를 타게 되는 거죠.
이런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왜 때문에 지금은 낮인가요(낮술 좋아함 주의), 왜 때문에 일행분들은 술을 안 드시나요 하는 아쉬움이 커지더군요. 그런데 그럴만한 게(자기 방어 중) 이 국밥은 국물도 머리 고기도 후루룩 뚝딱 하는 패스트푸드의 느낌으로 스치고 말기에는 꽤나 묵직한 임팩트가 있어요.
이곳 싸리터 소머리 곰탕의 김치들이 또 참 국밥에 딱이었는데요. 아삭하고 매콤한 겉절이와 말캉말캉한 살코기를 함께 먹으면 기름지다는 느낌 없이 개운하고 깔끔합니다.
소머리국밥 속 고기를 건져먹다가 드디어 밥 타임을 갖습니다. 부드럽고 구수한 국물과 달근한 쌀밥이 쫀쫀하게 엉긴 데다가 새큼하고 시원한 깍두기를 얹어서 먹으면 최고의 합이 됩니다. 깍두기가 얄팍하고 널찍한 모양새도 국밥에 최적화 아닐 리 없네요.
찬 공기가 살을 에는 추운 날에, 또는 날씨와 무관하게 몸에 한기가 들고 속이 허할 때, 펄펄 끓는 뚝배기 한 사발이 많이 생각나잖아요? 특히 진한 국물과 부드럽고 쫀득쫀득한 고기가 듬뿍 담겨 있는 뚝배기 라면, 얼은 몸을 뜨끈하게 풀어주고 헛헛한 속도 든든하게 챙겨주겠죠. 여기 남원 싸리터 소머리곰탕 집의 소머리국밥이 바로 그런 음식이었네요. 머리끝부터 어깨 손끝 발끝까지 힘이 채워지는 기분이 느껴지는 맛있는 한 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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