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CU 편의점 알바 중 1
담배가 참 어렵다.
이름도 복잡하고 종류도 많고 게다가 낯설어선지 뭔 말인지 못알아듣겠다.
심지어 제 이름이 아닌 별명으로 불리는 녀석들도 있다.
손님이 담배 이름을 말할 때는 무슨 암호 접선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나는 그 암호를 모른다.
갈길이 급한 손님들은 '나'라는 예상못한 암초를 만났다.
우린 서로가 달갑지 않지만 그러나 협력해야한다. 나를 패싱하자니 대안이 없으므로.
색깔 위치 그림 얘가 알아듣겠지 싶은 무엇이든 말하고 보는 손님과 정답을 찾아 헤매는 나.
오늘 한 손님은 급기야 이렇게 외치셨다.
"그 가운데 은색 뇌졸중 줘."
담배갑에는 담배이름보다 흡연으로 인한 병명이 더 크고 선명하게 적혀있다.
은색 뇌졸중을 찾아 드리는데 그 옆에 더 좋아보이는? 금색 뇌졸중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님을 돌아보았다.
"IC.. 은색 뇌조...."
손님은 약간의 현타를 느끼시는 것 같았다.
오픈된 박스를 들고 들어오시는 손님.
감사문구가 적힌 박스와 곤란한 듯 웃으시는 표정에 자선단체나 봉사단체에서 나오신 것으로 대차게 착각.
"죄송해요. 다음에요."라고 말했다.
(아직 교육기간이라 10원도 못벌었어요.)
그러나 그 손님은 택배를 보내려는 분이었다.
다른 박스가 없어서 감사합니다를 들고 오셨고, 택배를 보내본 적이 없어서 박스에 몰건만 담아 일단 들고 오신 것.
주소와 연락처를 물어 택배 발송을 해드리고 나서 한참 기분이가 안좋았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죄송했어요..
"폰 좀 빌려쓸 수 있어요? 제 폰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초등학교 1,2학년 쯤 되어보이는 손님은 한참 뛰어다녔는지 꽤나 상기되어 있었다.
"빌려드리면 어디에 거실 건데요?"
"제 폰에 걸려구요."
건네준 폰을 고사리손으로 부여잡고 번호를 누른 후 한참을 기다려도 응답이 없었다.
부모님께 걸어보라고 권하고 다른 손님을 응대하는 동안, 어린이 손님은 한번 더 전화를 걸어보더니 폰을 돌려주고 약간 처진 어깨로 편의점을 떠났다.
그리고 1분 30초쯤 후 조금 전의 그 어린이 손님이 세상 다 가진 얼굴로 손을 흔들면서 뛰어들어왔다.
"폰 찾았어요!! 가방 뒤에 있었어요!!"
가방에 넣은 채로 찾으러 다닌 거냐.
"진짜 잘됐어요. 잃어버린 폰을 찾는 건 어려운데."
그러자 자신이 이제까지 폰을 두번 잃어버렸는데 두번 다 찾았고 그건 자기가 좀 기억을 잘 해서인 것 같다며, 아예 자리를 잡고 서서 인디아나존스가 모험담을 펼치듯 핸드폰 분실담을 풀어놓는다.
세상이 무너졌다가 다시 솟아 신난 그 기분을 해치고 싶지 않아 박수봇 리액션봇이 되어 응대를 해주고 있는데..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내 영혼 보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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