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있으면 푸른 바다 저 멀리 이국 땅에 있는 동생의 생일인데요. 벌써 몇 년째 멀찍이 있는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딱히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당일 아침마다 미역국을 끓여서 랜선 생일파티를 해주고 있습니다. 비록 먹지는 못하는 미역국이지만 그래도 가족들의 축하를 통해서 조금은 외로움을 덜 수 있길 바라서 말이죠. 그래도 랜선 파티 후에는 토끼 같은 아들들이 끓여주는 미역국(비록 3분 표이긴 하지만)으로 본격적인 생일 하루를 시작하니, 나름 복작하고 따뜻한 게 괜찮은 날이겠지요?
생일에는 손수 끓여주는 미역국이 국룰
생일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첫 번째 음식은 단연 손수 끓인 미역국일 겁니다. 미역국은 할까 말까의 선택 영역이 아니라, 무엇을 넣고 어떻게 맛있게 할까를 고민해야 하는 필수영역인 것이죠. 생일인 이에게 "미역국은 먹었니?"라고 묻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미역국은 생일의 상징과도 같으니까요.
미역국과 합을 맞출 재료들도 참 다양하죠. 소고기, 닭고기, 바지락, 전복, 모시조개, 굴, 미더덕, 홍합, 가자미, 새우, 오징어, 낙지 등등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어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왠지 생일상이라고 한다면, 소고기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되는 것은 왜 때문일까요. 고깃국에 쌀밥이라면 아련해지는 우리네 의식적 무의식적 본능이란 것일까요.
점점 아무 말 대잔치가 시전 되고 있는 각이니, 그냥 이쯤에서 소고기 미역국을 시작해야겠습니다.
재료 준비
불린 미역 230g, 소고기(한우 양지) 250g, 다진 마늘 2 숟갈, 소주 1.5 숟갈, 액젓 1.5 숟갈, 멸치 다시마 육수 1200cc, 소금, 들기름, 후추, 소금
- 미역을 불릴 때에는 10분 정도만 담가 두었다가 흐르는 물에 한두 번 가볍게 헹구면 됩니다. 너무 오래 담가 두면 미역이 느른하게 퍼져버리고, 미역을 많이 주무르면 진액이 나옵니다.
- 소고기는 1++ 한우 양지를 준비했는데요, 일부러 1++을 찾아 머리 풀고 헤맨 것은 아니고, 러키하게도 집 앞의 하나로마트에 전날 도축되어 들어온 소가 1++등급이었던 것이죠. 같은 부위는 등급 관계없이 가격이 동일하거든요.
- 육수는 멸치 12마리, 다시마 25g를 넣고 40분 정도 끓였어요. 제가 쓰는 다시마는 뿌리 다시마여서 40분을 끓여도 다시마가 풀어지지 않고 쫀쫀함을 유지하면서 국물도 훨씬 진하게 나옵니다. 건어물집에서 구매하실 수 있으니, 짬 되실 때에 한 번 구입해서 활용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육수가 번거로우시다면 생략하셔도 됩니다. 소고기, 미역, 들기름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국이 끓여집니다. 단, 이 경우에는 국을 좀 더 뭉근하게 오래 끓여주세요.
조리 과정
1. 소고기에 다진 마늘과 액젓 0.5 숟갈, 소주 0.5 숟갈, 후추를 넣고 밑간을 합니다.
2.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소고기를 볶습니다. 고기가 눌어붙지 않도록 그리고 미역도 함께 볶을 것을 감안해서 들기름을 넉넉하게 둘러주세요.
3. 소고기의 겉면이 고루 다 익을 정도까지 볶은 후 미역을 넣습니다. 그리고, 액젓과 소주를 넣어준 후 뒤적이며 잘 볶아줍니다. 보통 국을 끓이면 건더기는 거의 맹맛이 되는데요, 이렇게 액젓 간을 미리 하면, 소고기와 미역에 맛이 들어서 나중에 건더기만 건져 먹어도 심심하지 않고 맛있습니다.
4. 멸치 다시마 육수를 200CC(한 컵) 정도 남겨두고 냄비에 부어주세요. 남은 육수는 마지막에 국물의 양과 간을 고려해서 넣거나 빼거나 할 겁니다.
5. 육수가 슬슬 끓어오르려고 하면 다진 마늘을 넣어주세요.
6. 이제 파란 미역의 색이 갈빛이 나게 변할 때까지 20~30분 정도 끓여주세요. 그러고 나서, 미역이 어느 정도까지 부드럽게 퍼지는 것을 좋아하는가 하는 개인적 취향에 따라 더 끓일지 말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육수를 추가할 것인가 말 것인가도 역시 국에서의 국물과 건더기의 비중에 대한 취향에 따라 선택해주세요.
7. 이제 마무리로 국물 맛을 본 후 마무리로 소금 간을 하고 후추를 톡톡 뿌린 후 불을 끄면 소고기 미역국 완성입니다.
음식의 간을 할 때에 가장 많이 쓰는 게 소금, 간장, 액젓인데요. 저는 마지막 간을 맞출 때 소금을 사용하는 게 좋더라고요. 간장이나 액젓은 짠맛보다 감칠맛이 먼저 느껴지다 보니 간에 대한 가늠이 약간 늦게 되더군요. 소금은 직관적으로 염도가 먼저 느껴지기 때문에 간을 마무리하는 데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소고기 미역국의 맛은요, 멸치 다시마 육수와 미역에서 우러나온 시원함과 소고기의 구수함이 잘 어우러집니다. 미역과 소고기의 식감도 국에 어울리게 부드럽고요. 소고기는 처음에 살짝 밑간을 해서 들기름에 먼저 볶았기 때문에, 국물을 한참 끓였어도 고기 자체의 맛이 빠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씹을수록 육질이 부드럽고 맛도 고소하면서 달근하니 존재감이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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