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는 조기매운탕인데요, 부드럽고 달근한 조기살에 밝고 개운한 국물이 어우러지는 조기매운탕은, 짭조름하고 쫀득쫀득한 굴비 살에 진한 양념이 엉긴 굴비 조림도 맛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르게 깔끔하면서도 시원하고 편안한 맛이랍니다.
이 메뉴는, 자고로 사먹어야 맛인 줄로 알던 똥손시절, 해산물 싫어라 하던 초등학생 입맛 동생이 왜 때문인지 이것만은 좋아해서, 둘이 손 잡고 먹으러 다녔던 나름 추억의 음식입니다.(ㅋㄹㄴㄱㅅ끼 때문에 2년째 못 보고 있는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ㅠ.ㅠ)
지방(이라 쓰고 시골이라 읽는다)에 온 후로 생선은 마트가 아닌 5일장에서 사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전라도이고 남도에 가깝게 아래이다보니 여수에서 오는 생선들이 장날마다 시장터 안에서 줄을 섭니다. 그중에서도 싼 값에 넉넉하게 사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게 조기입니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서 예쁘게 래핑 되어 있는 녀석들이 아니라 크기도 제각각 모양도 살집도 니멋내멋인 것들을 까만 봉지에 담아 사고파는 것들이죠. 선별이 안된 것들이라서 크기나 살밥이 복불복이긴 하지만, 그래도 싱싱한 것들을 한 봉지씩 사다가 냉동고에 쟁이면, 찬거리 마땅치 않을 때에 꺼내서 끓여먹고 조려 먹는 것만으로도 상차림도 마음도 풍성하죠.
빨리 코로나가 사라지고, 동생과 이런 시골 살이 재미를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랍니다.
비린내 없이 개운하고 시원한 조기매운탕 끓이기
조기매운탕 재료 준비
작은 조기 9 마리, 무 350g, 양파 100g, 대파 70g, 육수 1L
양념장 : 된장 20g, 고추가루 3 숟갈, 액젓 1.5 숟갈, 간장 1 숟갈, 다진 마늘 25g, 다진 생강 5g, 소주 2 숟갈, 육수 3 숟갈, 후추
추가 양념 : 고추가루, 소금(또는 액젓)
- 조기의 크기에 따라서 마릿수를 조절하세요. 참고로 제가 사용한 것은 16~17cm 사이즈의 작은 조기입니다.
- 채소는 무, 양파와 대파만 넣습니다. 심플 이즈 더 베스트. 가장 깔끔하고 개운한 맛을 내고, 조기의 부드럽고 달근한 살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취향에 따라서, 애호박, 두부, 쑥갓, 미나리 등을 더 추가하셔도 됩니다.
조기매운탕 조리 과정
1. 조기는 지느러미와 비늘을 다듬어 준비합니다.
2. 분량의 양념으로 양념장을 만듭니다. 준비 단계에서 미리 만들어두어야, 고추가루가 충분히 불고 갖은양념들도 잘 엉겨들 겁니다. 양념장에 된장이 들어가는데요, 모든 생선찜, 조림, 탕 요리에 된장을 넣으면, 된장이 비린내를 잡아주고 감칠맛을 더해주는 데다가, 양념이 주재료들에 잘 흡착되도록 해줍니다. 꼭 넣으세요.
3. 미리 내놓았던 멸치다시마 육수에 무를 때려 넣고 끓여줍니다. 조기의 크기가 작고 살이 연해서 금세 익기 때문에, 무를 먼저 충분히 익혀줘야 합니다.
4. 무가 얼추 익었으면, 조기를 무 위에 얹듯이 넣어주세요. 이렇게 넣어야 나중에 건져 먹을 때에 뒤적일 일이 없어서 생선이 부서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양념장을 올린 후 끓여주면 됩니다.
5. 조기매운탕이 끓으면서 양념이 풀어지면, 양파 채썬 것을 넣고 계속 끓입니다. 언제까지 끓일 거냐면, 조기가 익고 양념이 들 때까지입니다. 굳이 시간으로 따지자면 넉넉히 20분쯤?(조기 사이즈가 커질수록 익히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1cm 커질 때마다 8~10분 정도씩 더 끓여주세요.) 그렇게 끓이다 보면, 생선과 양념이 익으면서 약간 날푸르던 냄새가 부드럽고 고소하게 바뀌고, 무와 양파도 투명한 채로 양념색이 배어듭니다. 그건 다 익었다는 얘기인 거죠.
6. 이제 간을 보면서 액젓이나 소금으로 추가 간을 합니다. 그리고 국물 색이 좀더 붉고 맛도 더 칼칼하길 원하시면 고춧가루를 더 넣어주세요. 추가 간이 고루 배고 고춧가루가 풀리도록 3~5분 정도 더 끓여줍니다.
7. 대파를 넉넉하게 넣어준 다음 불을 끄면, 조기매운탕 완성입니다.
부드러운 살밥에 잘 무른 무, 그리고 매큼한 양념 맛이 더해져서 무지 맛있는, 내 동생이 좋아했던 조기매운탕.ㅠ.ㅠ
국물이 맑지만 마냥 가볍지는 않아요. 조기의 부드러운 맛에 된장의 구수한 풍미가 더해져서, 생선의 비린 맛을 잡아주고 국물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그 하나로 맛의 깊이가 달라져서, (위 조리 과정에도 적었듯이) 어느 생선이건 소량이라도 꼭 넣는 편입니다.
생선찌개, 생선매운탕이라는 요리가 어렵게 복잡하게 느껴지는 것은 재료와 육수, 양념 때문일 텐데요.
애호박, 두부, 홍고추, 청고추, 팽이버섯, 미나리, 쑥갓 등등등 준비해야 할 재료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없으면 생략하면 됩니다. 안 넣는 게 더 깔끔하고 개운합니다.
육수는, 당연하게도 멸치와 다시마를 많이 넣고 끓이면 진하게 우러납니다. 다시팩을 사용하시면, 한 봉 넣으시던 거 두 봉 넣어서 끓이시면 됩니다.
양념은, 된장, 생강, 소주를 넣으시면 됩니다. 비린내도 잡히고 된장 덕에 국물 맛도 진하고 감칠맛이 나죠. 그 외에는 다 끓인 후 간만 맞추면 되니까요.(간이 자신이 없으시면, 약간 싱겁게 하시고, 고운 소금을 별도로 조금 같이 내세요.)
조기매운탕 끓이기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나요? 이제 날이 선선해서 뜨끈하고 얼큰한 생선 매운탕이 당기기 시작할 때잖아요? 간단한 재료들로 쉽게 끓여서 편안하게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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