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 포스트 두 번째, 주꾸미 숙회에 이어 이번에는 주꾸미 볶음(주꾸미 덮밥)입니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적었었듯이 주꾸미의 제철이 봄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잖아요? 주먹밥 같은 알이 차오르면서 탱글탱글 탄력이 붙는 3~4월의 주꾸미는, 입에 넣고 씹는 순간 야들야들하면서도 동시에 쫄깃하고 탄탄한 아주 다채로운 식감을 경험하게 해 줍니다. 입안을 도록도록 구르면서 은은한 그스함(구수함보다 은은함을 표현해보았어요;)이 느껴지는 알도 봄 주꾸미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매력이고요(아님 주의. 겨울 주꾸미에 가끔 알배기 있음 주의).
하지만 가을 주꾸미도 못지않게 매력이 터지는 존재이지요. 주꾸미는 가을부터 살이 오르기 시작해 초겨울쯤부터는 제법 크막한 주꾸미들을 만나볼 수 있게 되는데요. 이 가을, 겨울의 주꾸미는 봄 주꾸미보다는 덜 여문 상태이기 때문에 식감이 좀 더 부드럽고요, 산란기의 주꾸미는 영양이 알에 집중되는 것과 다르게 주꾸미 본체에 영양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달근한 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그렇다 보니, 물론 주꾸미의 한 철뿐인 알을 맛보는 것이 봄에만 허락된 특별한 호사인 것은 틀림없고요, 가을 겨울 주꾸미도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맛을 즐길 수 있어서 새로운 별미가 되어주고 있답니다.
사랑해요, 주꾸미. 우유빛깔 주꾸미.(아님)
야들야들한 주꾸미를 매콤하게 볶아서 뜨끈한 밥에 얹어 싹싹 비벼먹어 보자요~.
싱싱한 주꾸미를 부드럽고 담백한 숙회로 즐겼다면, 이번에는 매콤 칼칼한 양념을 입혀 볶은 주꾸미 볶음과 그 주꾸미 볶음을 뜨신 밥과 함께 싹싹 썩썩 비벼먹는 주꾸미 덮밥을 즐겨볼 차례입니다.
주꾸미 볶음(주꾸미 덮밥) 재료 준비
주재료 : 주꾸미 320g, 양배추 150g, 적양파 100g, 애호박 80g, 당근 30g, 대파 25g
양념장 : 고추장 1 숟갈, 고춧가루 수북하게 2 숟갈, 된장 1 작은 숟갈, 간장 1 숟갈, 액젓 1.5 숟갈, 매실액 1 숟갈, 올리고당 1 숟갈, 맛술 또는 소주 1 숟갈, 육수(또는 생수) 5 숟갈, 마늘 25g, 후추 약간
마무리용 : 소금, 고춧가루 1 숟갈, 참기름 1.5 숟갈, 통깨
덮밥용 따뜻한 밥 적당량
- 매운 음식은 뜨거울수록 더 맵고 더 자극적이고 더 맛있으니 꼭 뜨거운(또는 따뜻한) 밥을 준비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주꾸미 볶음(주꾸미 덮밥) 조리 과정
1. 주꾸미를 적당히 잘라줍니다. 덮밥 또는 비빔밥용은 주꾸미, 밥, 채소를 함께 먹는 것이니만큼 샤부샤부, 숙회, 무침 등으로 먹을 때의 한 입 크기보다는 작게 잘라주세요.
2. 재료 준비에 적힌 재료와 분량대로 양념장을 만들어서 잠시 둡니다. 고춧가루가 불고 혼합한 양념들이 어우러질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양념장에 대해서 한 가지 첨언을 하자면, 전 해산물 요리, 특히 국물요리와 볶음요리를 할 때에는 된장을 꼭 조금씩 넣는 편입니다. 비린맛을 잡는 데에도 일조를 하지만, 그보다도 양념이 재료들에 착 엉겨 붙어서 진하고 구수한 맛을 내주거든요. 된장 맛은 튀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3. 오늘 준비한 채소는 애호박, 적양파, 양배추, 당근, 대파입니다. 취향과 재고 상태에 따라서 없는 것은 빼고 있는 것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버섯, 피망, 파프리카, 청경채, 배추, 깻잎, 미나리, 쑥갓 등등등 무궁무진한 볶음 채소의 세계.
5. 잘라놓은 주꾸미에 양념장의 반을 넣고 조물조물 버무려주세요. 주꾸미나 낙지, 문어, 오징어 등의 두족류로 볶음 요리를 할 때에는 양념을 미리 버무려놓습니다. 채소를 볶던 팬에 그냥 맨살 덩이?로 넣어서 양념을 입힐 때보다 확실히 구석구석 빠지는 곳 없이 넉넉하게 양념이 들어가게 되거든요.
6. 이제 본격적인 조리입니다. 먼저 달궈진 웍에 식용유를 두르고 양념장을 부어 볶기 시작합니다. 양념장이 타지 않도록 그리고 나중에 채소와 주꾸미가 들어갈 것까지 고려해서 기름을 넉넉하게 둘러주세요.
양념장을 먼저 볶는 이유는 양념장을 살짝 졸이면서 물기를 날리고 점도가 생겨 각 재료들이 잘 어우러지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주꾸미 볶음에 들어가는 재료들에도 양념이 잘 엉겨 붙어서 겉돌지 않는 진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7. 양념장이 점도가 생길 정도로 볶아졌을 타이밍에 채소를 투하하고, 재빨리 뒤적이면서 골고루 양념을 입혀줍니다. 빨리빨리가 중요합니다. 얇게 썬 당근도, 양배추도, 양파도, 애호박도 금세 익기 때문에 불 위에서 오래 씨름을 하면 안 되죠.
8. 양념에 버무려놓았던 주꾸미를 웍에 넣어주세요. 그리고 또 빨리빨리~ 골고루골고루~ 잘 뒤적이면서 볶아줍니다. 불 위에 오래 있으면 주꾸미가 질겨지고 채소들이 물러지기도 할 테고요, 주꾸미나 채소들이나 수분을 많이 품고 있는 녀석들이다 보니 그 수분이 빠져나와서 흥건한 국물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 주꾸미 볶음의 양념도 씻겨서 밍밍해지겠죠?
9. 얼추 주꾸미 다리가 또르르 말리기 시작하면, 이제 대파와 마무리용 고춧가루를 넣어주세요. 고춧가루는 물기가 생기는 것을 잡아주기도 하고, 또 양념을 주꾸미와 채소들에 다시 한번 밀착시켜줄 거예요.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음식의 붉은 색감을 더 진하고 먹음직스러워 보이게 해 줍니다.
10. 대파가 숨이 죽고 낱알 낱알이던 고춧가루가 퍼지게 되면 마지막 간을 보세요. 싱거우면 소금을 조금 넣어주시는데, 아주 약간 간간하게 하셔야 밥과 함께 드시기에 좋아요. 이제 불을 끄고 참기름을 둘러서 마무리합니다.
이 주꾸미 볶음이 참으로 시간과의 싸움이에요. 야들야들을 지나 쫄깃쫄깃을 넘어 질깃찔깃이 될 때까지의 시간은 고작 2, 3분 차이 정도 되려나요. 정말 환상의 타이밍과 환장의 타이밍 사이에서의 숨 가쁘고 긴장되는 밀당 액션을 한 판 치르고 난 기분입니다.
오늘의 요리는 주꾸미 볶음을 이용한 주꾸미 덮밥이니까, 막 따끈한 잡곡밥이 완성되었다는 센스만점 쿠쿠 씨의 안내에 따라 김 오르는 갓 지은 밥을 담고 그 위에 주꾸미 볶음을 얹어냅니다.
이렇게 전쟁같이 바쁘게 만들어낸 오늘의 별미 한 그릇 주꾸미 덮밥의 맛은, 싱싱한 주꾸미의 탄력감과 야들야들 보드라움이 함께 느껴지는 식감이 먼저 확 입맛을 당기고요, 매콤 짭조름한 주꾸미 볶음과 함께 어우러져서 녹진하게 퍼지는 달달한 밥맛이 정말 꿀입니다. 아삭아삭하게 씹히는 채소들도 주꾸미 덮밥의 맛을 한입 한입을 제대로 풍성하게 해 줘서 만족감을 더욱 높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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