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침을 해먹고 남은 숙주와 김밥을 해먹고 남은 햄과 볶아먹고 남아 쭈구리가 되어가고 있던 피망을 처리하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햄숙주볶음을 해보기로 합니다. 사실 숙주는 차돌박이나 베이컨, 대패삼겹살과의 페어링에 더 익숙하긴 한데, 그렇다고 못할 것은 없지요. 어쨌건 해서 우리 식구들끼리 먹어치울 건데, 맛이가 없으면 담장 안에서 침묵의 맹세로 없었던 일로 하면 되는 거니까요.
숙주는 깨끗이(사실은 대충) 씻어서 물기를 빼고, 나머지 재료들인 햄과 양파, 피망은 채썰어서 밑준비를 끝냈어요.(사진에는 없으나 마늘도 두 알 다져놓았습니다)
재료를 준비해놓고 보니 전부 생으로 먹어도 무방한 것들이라 그냥 저렇게 해서 라이스페이퍼나 무쌈에 싸먹어도 괜찮을 느낌적인 느낌이더군요. 그렇지만... 일단 볶기로 마음 먹었으니깐 초심으로 고고.
웍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먼저 볶아줍니다. 일명 마늘기름을 낼 셈인 게죠. 센 불에서 볶으면 금세 타버리기 때문에 약불로 살짝 갈색이 돌 때까지 볶았습니다.
그리고 햄과 양파를 순서대로 넣어서 2~3분씩 볶아줍니다. 들어간 재료들이 불에 금방 익는 재료들이라서 오래 볶으면 물러지고 식감도 맛도 떨어지기 때문에 2~3분씩만.
웍에 피망을 넣고 매실액을 한 숟갈 넣어서 1분 정도만 더 볶습니다. 피망의 식감과 향을 살려야 하니까요. 피망이 아삭하게 씹히면서 그 풋풋한 향이 확 터질 때 뭔가 음식이 요리가 되고 격과 결이 달라지는 것 같아서 참으로 좋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숙주를 때려넣고 액젓 한 스푼 반, 맛술 한 스푼을 넣어준 다음 불을 끕니다. 그리고 마구마구 뒤적여주면서 잔열로 숙주를 익혀줍니다. 잔열만으로 충분히 익고 또 그 정도만 해야 숙주도 아삭함이 죽지 않죠. 타이밍을 놓치면 곤죽에 실가리가 되고 마는 대참사가 발생합니다. 이제 참기름과 통깨로 마무리하면 햄숙주볶음 완성이네요.
숙주볶음류는 굴소스를 많이 활용했었는데, 식재료들의 색감들이 모두 고와서 음식이 거매지지 않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간을 액젓으로 했는데, 색도 살고 맛도 깔끔해서 나름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반찬 하나 뚝딱 만들어서 새로 한 볶음반찬 상에 올라오는 것을 좋아하시는(기 센 여인들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 중이시라 말로는 차마 못하시지만요ㅎ) 아빠님을 위해서 잘 한 켠에 모셔놓았습니다. 맛있게 드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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